한라산은 그렇게 쉽게 해돋이를 보여주지 않았었다.
그러니까 올해의 해돋이를 본건 흔치 않은 행운인 셈이다.
2시간 눈을 붙이고 1시30분 일어나 챙겨 관음사 입구에서 걷기 시작한 시간이 2시50분.
등산로에 눈이 쌓였으면 걷기가 휠씬 쉬울텐데 살풋이 얼어있는 돌길은 아이젠을 달게 했고 걸음을 더디게 했다.
삼각봉 대피소까지 가니 6시. 7시 38분에 해가 뜬다 했다.
기진한 몸에 기운을 모아 다시 왕관릉 깔딱고개를 넘고 정상으로 오르는 수많은 계단을 걸어올라가는데
백록담 언저리가 밝아온다.
해돋이 그 순간을 놓칠까 허위허위 오르니 정상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동쪽 방향으로 빼곡히 서있었다.
틈을 비집고 카메라를 꺼내자 해가 머리를 내민다.
2020년! 시간은 잘리는 게 아니라 우리가 잘라 단위를 만든 것이긴 하지만 새로운 시작이란 생각에 감동이 느껴진다.
좀더 줌인하여 잡은 햇님!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면 놀랍도록 빨리 전체 모습이 나타난다.
백록담 아래 끝없는 구름밭. 그 너머에서 솟아오른 따끈한 햇님의 얼굴!
햇님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감사와 기원을 올리는데 괜히 눈물이 나온다.
추워서 그럴지도...^^
신선한 아침의 백록담도 새로운 얼굴이다.
내려오는 게 아쉬웠지만 추워서 오래 서 있을 수도 없었다.
내려오면서 바라본 구름밭.
아침 햇살 속의 삼각봉은 더 근엄해 보인다.
올라가는 길엔 어두워서 몰랐는데 내려오다 보니 나무에 상고대가 하얗게 피었다.
꿈결같이 아름다운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