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에서 남조로를 타고 내려가다 보면 남쪽 마을 풍경이 북쪽과 확연히 다르다.
겨울이거나 초봄에도 푸르른 상록활엽수가 길거리를 풍요롭게 장식하고
마을 전체가 아늑하고 부족할 것 없는 편안함에 감싸인 듯..느끼는 건 나뿐일까..
제주도엔 신흥리가 두 군데 인데 사이좋게 남쪽과 북쪽에 하나씩 있다.
이 남쪽 신흥리가 동백나무 군락지로 2월~3월이면 동백꽃으로 찾는 사람이 많은 마을이다.
제주도의 그 유명한 바람, 그 바람은 농사에 걸림돌인 경우가 많았고
그 때문에 삼나무를 심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마을은 동백나무를 심어 방풍을 했나보다
마을 중심지에 있는 이정표.
방문자 센터를 찾아갔다.
방문자센터에서 간단한 안내 말씀을 듣고 동백기름도 한병 사고...마을을 어슬렁 걸었다.
내가 좋아하는 돌담과 햇살 받아 따뜻해 보이는 슬레이트 지붕과 밀감나무들과...행복해지는 마음.
걸어다니는 사람이 없이 조용하다.
마을 밭담 너머엔 많은 동백나무들이 심어져 있었고 꽃이 피고 지고 피고지고 있었다.
하나 하나 들여다보면 그 빛깔과 모양이 참 예쁘다. (난 개량 품종이 아닌 이 동백이 정말 좋다)
나이 든 아주머니들이 게이트 볼을 치고 있고 더러는 앉아서 구경하고 있었다.
아득바득 살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에 같이 편안해지는 마음.
동백숲으로 가는 골목 양 옆에 동백나무들.
숲이라기엔 작은 동백나무 군락지 동백숲을 걷고..
돌 위에 얹어놓은 동백꽃 한 송이에 눈을 맞춘다.
짧았던 삶이지만 어느 시인의 표현처럼 '소풍' 같았더냐?
동백나무는 수피가 매끄럽고 꽃이 툭지고 마는 반면 가지는 가느다란 것도 매우 질기다.
인터넷에 떠도는 멋진 동백꽃 사진들은 모두 이 농원에서 찍은 것이라고...
거기 가 보라는 센터 안내원의 말을 따라 가봤다.
남의 농장을 그냥 들어가서 사진이나 찍고 나오는 것은 안된 일인 듯 해서
입구에서 동백나무 줄서있는 것만 보고 그냥 나왔다.
마을은 동백나무를 이용한 관광사업에 대해 많이 모색하고 있는 듯 했다.
이렇게 조용하고 아름다운 마을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고 마을 전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