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입춘.
'입춘대길'을 곱게 붙였는데
다시 또 눈이다.
이제 그만 내렸으면 좋겠다.
심심해 하는 보람이를 데리고 눈구경을 나섰다.
어디에 앉을까...
앉을 자리를 찾는 작은 나비떼처럼 허공을 떠도는 함박눈송이...
금세 눈은 그치고 동네 오르막길은 바퀴자국 선명하다.
올라가다 개짖는 소리에 보람이가 멈추자 아랫길로 방향을 바꾼다.
아직도 주인을 못찾은 이웃집들.. 예쁜 집들인데 빨리 새주인이 들어섰으면...
꽃머채의 뒤태^^
아랫집 연통에서 연기가 오르고 향긋한 나무타는 냄새. 벽난로에 불을 지폈나보다.
깊숙히 쌓인 눈이 무슨 대수랴.
따뜻한 난로가에 앉아, 차 한잔 마시며 책이나 읽는다면..
이 길은 누가 제설을 했는지 눈이 많이 녹았다.
다니는 사람들을 위한, 할 수 있는 한의 작은 배려.
이런 것들이 모여 큰 변화를 가져오기도 하겠지.
가족묘지의 봉분들은 하얀 눈을 쓰고 더 봉긋하게 어여쁘다.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길로 들어서자 보람이가 머뭇거린다.
그래, 그만 돌아가자..^^
꽃머채의 뒷정원은 하얀 설원
눈 위에 오붓하니 둘러앉은 돌사람 가족.
"옛날 옛날에...."
옛이야기 한 자락 흘러나올까..
그래도 빼꼼한 저녁햇살이 비친다.
눈 위에 내려앉으니 노르스름하니 따사롭다.
보람아,
이제 우리도 따사로운 저녁 한 끼 만들러가자.^^